언젠가 도장에서 사람들과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문제의 요점은 아래와 같다.
1) 현재 대한검도회에서 권장하는 방법(?)
- 처음 마주선 다음 죽도를 들고 크게 3발을 나가서 죽도를 뽑았을 때,
죽도 선혁이 약 10cm 정도 겹쳐져야 한다.
=>주장: 9보 거리에서 선 다음 크게 3발을 나갔을 때 선혁이 딱 마주치는
거리의 기준은 진검을 가지고 했을 때의 기준이므로, 진검보다
길이가 긴 죽도를 들고 3보 나갔을 때는 당연히 죽도가 겹쳐지는
게 맞다.
2) 일본쪽 검도를 배운 분들(내 기억엔 예전 대한검도도 그랬던 것 같다)
- 처음 마주선 다음 죽도를 들고 크게 3발을 나가서 죽도를 뽑았을 때,
죽도 선혁이 딱 마주쳐야 한다.(안 겹침)
=>주장: 칼에 맞춰서 보폭을 조절하는 게 맞는 거다.
그러므로 죽도를 들었을 때는 죽도 끝이 겹쳐지도록 보폭을
줄이는 게 맞는 거다.
이걸로 한참 논쟁을 했었다.
도장 누군가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면 흥분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
나?
둘 다 상관 없다고 본다.
어차피 둘 다 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내 생각에는 맞추고 겹치고 하는 부분은 협회에서 규칙으로 정하면 되는 일인 거고,
우리는 그거에 맞춰서 따르면 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만약 일본이든 한국이든 아니면 둘 다든 검도협회에서 규정을 바꿔서,
"10보 거리에서 시작해서 크게 3보 나왔을 때 죽도 선혁간이 1보 거리 만큼 떨어져있어야 한다"라고 정해버린다면?
그때도 그건 검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말도 안 된다라고 할 것인가?
대한검도에서 준거를 안 하는 차이점은 또 뭐라고 말할 거고?
내 생각엔 그렇다.
칼을 맞추든 보폭을 조절하든 아니면 둘 다든, 자기가 닥친 상황에서 상황에 맞게 뭐든 할 수 있으면 되는 거고,
규칙이 검리에 맞네 안 맞네 하는 부분은 내가 크게 신경 쓸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규칙을 만든 분들도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을 리는 없고,
뭔가 어떤 부분을 생각해서 만들었을 텐데,
내가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이상, 싫다고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인 이상,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필요 이상 논쟁을 하는 것도 그리 좋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적당한 수준의 논의는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이게 좋을지 저게 좋을지를 정하는 문제를 갖고,
이게 맞네 저게 맞네 싸워 봐야,
어차피 답은 안 나오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가르쳐 줄 때는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의 방법을 알려주더라도,
"일본에서는 이런 방법으로도 하고 있다."라고 알려주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을 해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점.
그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얘기하자면,
이번에 심사 볼 때는 대한검도 기준에 맞게 했었다.
하지만 언젠가 일본 쪽에서 검도를 배운 사람과 연습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사람 기준에 맞게 해줄 것이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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